지난 2017년도 상징체계•공간 재정비 프로젝트에서부터, 2021년도 공간 재정비 프로젝트까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의 공간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실현할 수 있는 바탕을 다지기 위해, 학생 TF팀의 주도로 상징체계를 정립하고 공간을 확충 및 재정비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홍익시디의 공간은 시각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디자인 교육 현장으로써의 정체성과 감수성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번 9월호에서는 학과 내외 많은 분의 도움과 노력이 담긴 공간 재정비 프로젝트를 사진 자료들과 함께 돌아봅니다. 프로젝트를 지도하신 석재원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홍익시디 공간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시각디자인과 공간 재정비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간 재정비는 2017년과 2021년, 크게 두 번에 나뉘어 이루어졌습니다.
2017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는 ‘졸업주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외부 전시관을 대여해 백여 점이 넘는 작품을 수동적으로 진열하는 기존의 졸업 전시 방식을 대신해 졸업생, 재학생, 교강사,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유기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교류의 장을 열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일주일 동안 모든 강의실을 비워 졸업전시를 열고, 이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기획한 다양한 토크, 특강,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시각디자인과가 자리한 홍문관 7층은 이러한 야심 찬 계획을 실행하기에 그리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습니다. 결국 당시 시각디자인과 학과장 김현석 교수의 제안으로 공간 재정비 프로젝트는 출발했습니다.
2017년 공간 재정비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2017년 1월, 공간 재정비의 준비를 위한 학생 TF팀을 꾸렸습니다. TF팀은 학과 구성원의 의견을 꼼꼼히 모아 재정비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공청회와 교수회의를 열어 결정된 사안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17년 공간 재정비의 목표는 디자인 교육 현장다운 감수성을 학과 공간에 부여하고, 전시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여름 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TF팀은 본격적으로 공사 계획 수립에 들어갔고, 8월과 9월에 거쳐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학과의 상징색인 노란색을 공간에 두루 적용하고, 학과를 드나드는 길목에 ㅎㅇㅅㄷ 심볼을 배치하여 간판 역할을 할 수 있게 했으며 사이니지도 새롭게 제작하여 부착하였습니다. 건조한 사무실과 같던 공간의 인상을 밝고 경쾌하게 바꾸어 디자인 교육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도록 했습니다. 강의실과 로비의 천장에는 작품 거치와 조명 연결이 가능한 레일을 설치하여 졸업주간 동안 전시관으로 기능할 수 있게 했습니다.
2017년 11월, 첫 번째로 시도된 졸업주간은 새롭게 재정비된 학과 공간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졸업주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세부 전공마다의 개성을 살려 12개의 졸업반이 각자의 졸업전시를 열었으며, 10개의 학생주도 연계프로그램(토크, 세미나, 영화 상영), 5개의 워크숍, 5회의 교수진 토크, 5차례의 이음다리(졸업동문 연결 프로그램)가 진행되었습니다. 졸업주간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대표하는 가장 큰 행사로 자리를 잡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2021년 공간 재정비 과정에 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시각디자인과의 재학생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학과 공간을 이용해 쾌적한 교육환경을 유지하기에 더 이상은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고 판단하여, 2020년 여름, 공간 확충과 재정비에 대한 계획 수립을 시작했습니다. 2021년 4월, 학교와의 긴 논의를 거쳐 9개 강의실을 확충할 수 있었고, 이웃 학과의 고마운 배려로 홍문관 7층 전체를 시각디자인과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간 재정비에 대한 승인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확충된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교수진과 학생 TF가 머리를 맞대고 재정비 계획을 세웠습니다.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건축가 임근영이 속한 SS2 ARCHITECTS가 이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의 공간 재정비는 매우 큰 규모로 이루어졌습니다. 여름 방학과 동시에 학과의 모든 짐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학과사무실도 임시 운영장소로 이사했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공사는 홍문관 7층 전체와 6층 일부에 걸쳐 대규모로 단행되었고, 10월 무렵 마무리되었습니다.
여러 학과가 7층을 공유했던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만큼 시각디자인과 공간 전체는 수업, 전시, 행사가 가능한 다용도 공간으로 개조되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가능하도록 층고를 높이고, 다목적 조명 레일을 설치했습니다. 일부 공간은 벽체를 유리 벽으로 바꾸고 필요에 따라 여닫을 수 있게 했습니다. 시각디자인과의 공식 전시공간 ‘갤러리 777’도 개관했습니다. 프린트실과 컴퓨터실의 실기용 책상도 새롭게 구비하고 필요한 기자재를 확충했습니다.
2021년 12월, 졸업주간 《R777》을 개최하는 것으로 시각디자인과 공간 재정비 프로젝트는 일단락되었습니다. 공간 재정비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었고, 이 모든 일들은 TF에 참여한 많은 학생이 애써주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학과의 아이덴티티 가이드라인이 정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간 디자인을 시작하기에 앞서 학과의 상징체계부터 규정해야 했고, 이를 위해 50, 60년대부터 이어져 온 학과 역사를 되짚는 일부터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이 작업의 결과물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상징체계 사용규정〉으로 제작되어 지금도 학과의 서식류, 인쇄물, 사이니지를 제작할 때 기본 지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재정비된 공간에 대한 안내를 위해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안내서〉를 펴내기도 했고, 후배들을 위해 재정비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상징체계/공간 재정비 과정기록집〉을 엮어내기도 했습니다. 다소 상투적이지만 인터뷰 지면을 통해서 모두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를 진심으로 전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이외에 공간 재정비 과정에서 특별히 목적을 두신 부분이 있을까요.
홍문관 7층은 전망이 매우 근사합니다. 홍대 앞 번화가가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신촌 쪽으로는 연세대학교 천문대가, 한강 쪽으로는 국회의사당까지 보입니다. 노을을 뒤로 한 당인리 발전소와 여의도 풍경은 특히나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시각디자인과 공간은 사방이 벽으로 막혀 항상 형광등을 켜두어야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도착했을 때, 형광등 불빛 대신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반겨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중앙 로비에 자리한 전시실과 실기실 벽을 전면 유리로 바꾸었더니, 이제는 유리창 너머로 멀리 월드컵 경기장도 보입니다. 학생들이 잠시라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세상 구경을 하면 좋겠다 싶어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는 학생실기실을 배치했습니다. 수업하기 좋은 공간, 전시하기 좋은 공간도 좋지만, 무엇보다 머물고 싶은 공간,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추억할 만한 공간이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2017 공간 재정비 TF
강경희, 유현선, 김지우, 황정아, 윤충근, 강채원, 김다경, 김선경, 박민우, 신명지, 신화정, 엄정현, 엄태욱, 윤효영, 이시연, 이화경, 정다혜, 최현아
2021 공간 재정비 TF
김신원, 김초원, 남정현, 박도현, 박송이, 박혜나, 서지수, 유혜린, 윤충근, 윤효영, 이선호, 이승미, 이우재, 최유정, 최홍주, 태솔비, 황재희
도움
김혁, Hana Yujin Lee, SS2 아키텍츠, 학과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