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알

서로 다른 학교와 전공에서 작업하는 세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작업실 ‘새알’을 소개합니다. 홍익시디 김연재 학우는 영상과 3D 모션, 리서치를 바탕으로 미디어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시 준비와 진 제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친구로 만나 자연스럽게 작업실까지 함께 꾸리게 된 세 사람에게 새알은 각자의 작업을 이어가는 공간이자 든든한 둥지입니다.

@commitic.works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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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알 작업실의 김연재입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재학 중이고, 함께 작업실을 사용하는 한예강 씨와 신혜원 씨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한예강 씨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금속공예과에 재학 중이고, 신혜원 씨는 원래 이 공간에서 타투 작업을 했어요. 현재는 해외에서 작업하고 있어서, 대신 신혜원 씨의 지인들이 가끔 세션 형식으로 와서 원데이 타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구성원들은 원래 어떤 관계였나요?

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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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셋은 게임을 같이 하던 친구들이었어요. 제 고등학교 친구 중 홍익시디에 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를 통해 홍익시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고, 타투 작업을 하는 친구와는 원래 X(구 트위터)에서 알게 된 사이였어요. 그렇게 여러 친구들이 섞여 자주 만나고 놀다 보니 셋도 자연스럽게 친해졌고요.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낸 관계라기보다는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만나던 가까운 친구들이었고 작업실도 셋이 함께 있던 자리에서 꽤 충동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세 분은 충동적으로 공동 작업실을 결심 하셨잖아요. 작업실을 만들기 전부터 작업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나요?

연재
저는 시각 작업이 중심이라 사실 어디서든 작업할 수는 있었어요. 그래도 혼자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부대끼면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강
저는 어릴 때부터 제 작업실을 갖는 게 꿈이었어요. 금속 작업은 갈거나 깎는 과정이 많아서 작업 공간이 꼭 필요했는데, 그동안은 학교 작업실을 이용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앞으로 작업할 공간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어요. 그러던 중 저보다 어린 친구가 이미 친구들과 작업실을 꾸려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업실이 생각보다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예산이나 운영 방식에 대해 조언도 많이 구했고요. 타투 작업을 하는 친구도 작업 공간을 그때그때 빌리는 비용과 월세를 비교했을 때, 차라리 함께 작업실을 구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요.

다른 분들은 분야 특성상 작업 공간이 필요하셨지만, 디지털 작업이 중심인 연재 님에게도 별도의 작업실이 필요했던 이유가 있었나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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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혼자 있으면 작업을 잘 시작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함께 할 사람을 모으거나, 작업의 시작과 끝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조금 더 잘 진행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 자체가 작업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집에서는 원래 작업을 잘 하지 않기도 했고요. 또 3D 작업 때문에 게이밍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데, 이게 꽤 무겁거든요. 그걸 계속 들고 카페를 옮겨 다니는 것도 꽤 힘들었어요. 그런 점에서도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강
실제로 연재가 거북이처럼 계속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카페를 다녔어요. 한 번 카페에 갔다가 밥을 먹으러 나오면 다시 다른 카페를 찾아야 하고, 계속 짐을 메고 이동해야 했죠. 그런 불편함도 꽤 컸던 것 같아요.

다른 학교를 다니시는 세 분의 공동 작업실이다 보니 위치 선정도 중요하셨을 것 같아요. 작업실 공간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예강
제가 주얼리 작업을 하다보니 처음에는 관련 업체가 모여 있는 종로·을지로·충무로 쪽을 중심으로 작업실을 알아봤어요. 다른 구성원들도 오기 편한 위치라 좋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매물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약수에서 조건이 좋은 공간을 발견했고, 지하철역에서도 가까워 지금의 작업실을 구하게 됐어요.

작업실을 구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점이나, 공간을 찾는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예강
매물을 은근 많이 봤어요. 종로와 을지로 쪽 매물을 꽤 많이 봤는데, 대부분 “뭐, 괜찮긴 하네”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 작업실은 처음 왔을 때 이전 사용자의 짐이 많고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도, 양쪽으로 난 큰 창이 (작업실 인원 세명 다)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한 군데를 더 고민하긴 했지만, 결국 이 공간을 고르게 됐습니다.

연재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다른 공간은 지금보다 더 넓고 작은 방도 하나 있어서 타투 작업을 하기에는 장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보증금과 월세가 더 비싸고, 무엇보다 손봐야 할 곳이 많았습니다. 작업실은 자취방과 달리 고쳐가며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막상 운영해보니 처음부터 너무 많은 수리가 필요한 곳보다는 손이 덜 가는, 어느 정도 갖춰진 공간을 고른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예강
이곳도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저희가 페인트도 하며 수리 과정을 거쳤어요. 특히 오래된 건물은 창문이나 난방, 화장실 상태를 꼭 확인하는 게 좋아요. 을지로 쪽에서 본 공간 중에는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거나 오래된 철제 창호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도 있었어요. 작업실을 먼저 운영하던 친구도 화장실을 꼼꼼히 보라고 조언해줬고요. 실제로 오래 머무는 공간인 만큼 월세나 크기뿐 아니라 창문, 화장실, 난방처럼 생활과 바로 연결되는 조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실을 꾸린 뒤, 학교나 카페에서 작업할 때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연재
가장 큰 장점은 시간 제약 없이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밤샘 작업도 가능하고, 인쇄물이나 수작업이 필요할 때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학교에서는 재단이나 후가공을 하려면 프린트실을 이용해야 하고, 카페에서는 종이나 재료를 넓게 펼쳐놓기 어렵잖아요. 여기에는 기본적인 재단 도구와 종이를 두고 바로 사용할 수 있고, 두성종이도 가까워서 편하죠.

또, 사람들을 자유롭게 불러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저는 홍익시디 졸업생과 팀을 꾸려 미디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전시나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기도 해요. 필요에 따라 함께할 사람을 유연하게 모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작업실을 이용할 때 정해둔 규칙도 있나요?

예강
처음에는 특별한 규칙을 거의 만들지 않았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룸메이트와 살 때도 역할을 세세하게 나누기보다,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하는 방식이 더 잘 맞았거든요. 누가 바닥을 청소하면 다른 사람이 화장실을 청소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였어요. 규칙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기획노동이라고 생각해서, 작업실도 처음에는 비슷하게 운영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원데이로 공간을 사용하는 분들도 생기면서 조금씩 기준이 필요해졌어요. 분리수거나 청소,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문제처럼 서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쓰다 보니 생기는 일들이 있어서, 지금은 카카오톡방에서 필요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어요.

특히 타투 예약이 있는 날에는 공간을 함께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 일정을 미리 공유해요. 카카오톡 캘린더에 예약이나 사용 일정을 적어두고 서로 확인하는 방식이에요. 타투를 받는 분 입장에서도 갑자기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불편할 수 있으니까, 친구를 데려오거나 팀 작업을 할 때도 미리 조율하고 있고요. 그 외에는 환기를 하거나 사용 후 간단히 정리하는 정도의 규칙이 있어요.

연재
제가 팀 작업 때문에 사람을 데려올 때는 먼저 서로 소개해요. 저희가 원래 친구의 친구끼리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편이라, 몇 번 같이 보다 보면 또 금방 친해지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쓰다 보니 불편해지는 점도 있나요?

예강
저는 오히려 학교 작업실보다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좁아진 부분도 있어요. 학교에는 금속 작업을 위한 집진기 같은 큰 장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여기서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공간을 함께 쓰기 때문에 금속을 갈 때도 별도의 아크릴 박스 안에서 작업해야 해요. 큰 불을 쓰거나 위험한 작업도 하기 어렵고요. 그래도 저는 원래 제 공간을 직접 꾸리고 사용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컸어요. 지금 없는 장비는 천천히 늘려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큰 장비가 꼭 필요한 작업은 공유 작업실을 하루 단위로 빌리는 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고요.

학교 작업실은 안전 문제 때문에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커요. 금속 작업은 톱이나 불처럼 위험한 장비를 많이 사용해서 늦은 시간까지 자유롭게 작업하기 어렵거든요. 반면 이곳에서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제가 원하는 시간에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같은 전공의 사람들과 작업실을 꾸리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연재
저희는 전공을 맞춰서 작업실을 만들기보다는 그냥 친구들과 함께 작업할 공간이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예강
저도요. 제가 상상했던 작업실은 금속 작업만을 위한 전문 작업실이라기보다, 지금처럼 공간을 꾸며놓고 사람들을 부르거나 각자 다른 작업을 함께하는 곳에 가까웠어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각자 자기 작업을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저희 학교에서는 졸업 후에도 계속 작업하려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고, 친구들과 따로 작업실을 꾸리는 형태는 주변에서 많이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친구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이 저한테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과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만큼,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나요?

연재
예강이가 청소나 공간 정리를 많이 하는 편이라, 저는 혼자 작업실을 사용할 때 최대한 더럽히지 않으려고 해요. 각자 잘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맞춰가는 것 같아요.

예강
저는 공용 공간이 깔끔한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이건 네가 해”라고 정해주기보다는, 신경 쓰이면 제가 처리하고요. 대신 제가 갑자기 물건 위치를 바꾸거나 공간을 정리해놓을 때가 많은데, 다른 친구들이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는 것도 배려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깔끔함을 느끼는 기준이나 잘하는 정리 방식이 다르잖아요. 누군가는 바닥을 닦는 걸 잘하고, 누군가는 물건을 정리하거나 필요 없는 것을 비우는 걸 더 잘할 수도 있고요. 그런 차이를 굳이 하나의 규칙으로 맞추기보다 서로의 방식을 알고 받아들이면서 사용하고 있어요.

두 분은 처음부터 공동 작업실을 원했던 건가요, 아니면 비용이나 상황 때문에 함께 쓰게 된 건가요?

연재
개인 작업실은 금전적인 부담이 있다보니 현실적인 선택지로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비용 문제를 빼더라도 저는 혼자 있는 공간보다는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을 더 원했던 것 같아요. 작업실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공동 작업실을 떠올렸어요.

예강
저도 처음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작업실을 생각했어요. 혼자 쓰는 공간을 상상한 적도 있지만, 결국 제가 원했던 건 사람들을 부르고 각자 다른 작업을 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머물 수 있는 곳이었어요. 공동 작업실은 불편한 점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드나들면서 생기는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세 명이라는 구성도 마음에 들어요. 삼총사처럼, 셋이서 균형을 이루는 느낌이 있거든요. 각자 다른 친구나 손님을 데려오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들이 섞이기도 하고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 ‘바디 더블링’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학생 신분에서 작업실 비용은 어느 정도 부담으로 느껴지나요?

연재
정기적인 직장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분명 부담은 있어요. 그래도 작업실을 통해 얻는 게 많아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간이 있으니까 정기적으로 와서 일을 하거나 작업을 이어갈 수 있고, 집에서는 잘 하지 않던 개인 작업도 하게 돼요. 집에서는 보통 외주나 과제처럼 당장 해야 하는 일만 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꼭 마감이 없어도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시간이 생겨요. 그런 잉여 창작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업실을 만든 목적을 어느 정도 이룬 느낌이에요.

예강
처음에는 비용 때문에 걱정이 많았어요. 특히 저와 타투 작업을 하는 친구는 공간이 꼭 필요한 편이지만, 연재는 디지털 작업이 중심이라 괜히 저희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건데도 강행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근 연재가 팀 작업을 많이 하게 되면서 “작업실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지금 작업실은 보증금을 제외하고 한 달에 약 60만 원 정도 들어요. 세 명이
나누면 한 사람당 월세 부담은 약 20만 원 정도예요. 물론 학생에게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어요. 예전에는 제 공간을 갖는 일이 직장을 다니고 돈을 많이 모은 뒤에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세 명이 나누고 조금씩 모으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일이었어요. 작업실이 생긴 것만으로도 목표를 성취한 느낌이고, 제가 꿈을 이루는 비용이라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죠.

카페에서 오래 작업할 때 드는 음료나 식사 비용을 생각하면 크게 차이 나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콘센트나 자리, 음악, 운영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작업하는 세 분이 함께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요?

연재
있어요. 실제로 몇 가지를 해보려고 계획했는데 각자 일정이 달라서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는 못했지만요. 그래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기도 했고, 워크숍 같은 것도 계속 이야기해왔어요.

이번 주말에 작업실에서 진 메이킹 워크숍을 열어보려고 해요. 사람들을 더 부를 수 있게 의자도 몇 개 더 샀고요. 제가 알고 있는 걸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거나 같이 만들어보는 식의 워크숍을 앞으로도 해보고 싶어요.

함께 작업실을 사용하면서 세 분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예강
확실히 더 돈독해진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같이 공간을 구하고 돈을 나누다 보니 이전보다 더 깊게 연결된 느낌도 있고요. 반대로 어려운 점도 있어요. 비용이나 사람을 초대하는 문제처럼 서로 기준이 다를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기거든요. 친한 친구 사이라도 매번 “이건 조심해줘”라고 말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친구일 때보다 서로를 더 존중하고, 때로는 조금 사무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도 생겼어요.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때도 있고요. 처음 작업실을 공사할 때 셋이 계속 붙어 있다 보니 다른 친구들이 “너희끼리만 아는 이야기가 생긴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셋이 자주 만나기도 했어요. 친구이자 비즈니스 관계이자 동료이니, 여러가지 모드가 필요하죠.

연재
저는 오히려 친구 관계에 일이나 프로젝트가 조금 섞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냥 친한 친구에서 끝나는 것보다, 같이 무언가를 만들거나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는 관계가 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그런 점에서 작업실을 함께 운영하는 게 재미있어요.

작업실에는 보통 얼마나 자주 나오나요?

연재
저는 많으면 일주일에 세네 번 정도 와요. 지금은 휴학 중이라 앞으로는 평일에는 되도록 작업실에 나오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예강
저는 요즘에는 일주일에 네다섯 번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올 때도 있었는데, 해야 할 일에 따라 차이가 커요. 저는 주문 제작을 하고 있어서 작업이 있을 때 더 자주 오는 편이에요.

타투 작업을 하는 친구는 예약이 있을 때 주로 오는 것 같아요. 도안 작업은 집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실제 타투 작업이 있을 때 작업실을 사용하는 편이고요.

작업실에 오는 건 ‘출근’에 가까운가요, 아니면 필요할 때 편하게 들리는 느낌인가요?

연재
저는 휴학을 한 뒤부터는 어느 정도 출근하는 느낌으로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작업실에 간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여기서는 학교처럼 딱딱하게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쉬다가 작업하고, 또 쉬다가 다시 작업할 수 있어서 그게 좋아요.

예강
학교 작업실은 도착하면 바로 장갑 끼고 작업을 시작하는 분위기예요. 이용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더 집중해서 하게 되고요. 그런데 여기는 소파도 있고 편하게 쉴 수 있으니까 오히려 한참 누워 있다가 시작할 때도 있어요. 그런 점이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죠.

연재
저처럼 조금 느슨하게 작업하는 스타일이면 잘 맞는 것 같아요. 쉬다가 작업하고, 다시 쉬었다가 이어가는 방식이 가능하니까요. 카페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연재
확실히 작업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하게 돼요. 밤샘 작업을 하거나 바쁠 때는 “이것 좀 재단해줘”, “칼선 좀 넣어줘” 하면서 도움을 부탁하기도 하고요. 공예를 전공하다 보니 제가 잘 모르는 실제 제작 방식이나 재료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봐요. 새로운 작업을 생각할 때도 그냥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번에 이런 거 해보려고 하는데 어때?” 하고 바로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예강
아직 서로의 작업 스타일이 직접 섞였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주문 제작이 많아서 손님의 요구를 따라야 하는 작업도 많고요.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 작업을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같이 의욕이 생기는 건 있어요.

혼자 있으면 금방 질리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옆에서 누가 “이거 해보면 재밌겠다”고 하면 저도 같이 하고 싶어져요. 옆에서 누가 작업하고 있으면 '나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서로 작업의 결과를 직접 바꾼다기보다, 작업을 시작하게 만드는 기운을 주고받는 느낌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다보면 작업을 비교하게 되거나 위축되는 부분은 없나요?

연재
시디과는 아무래도 다들 열심히 작업하다 보니, 학기 중에는 자연스럽게 조급함을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작업실에서는 서로 하는 분야가 다르고, 각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니까 그런 비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어요. 저한테는 작업실이 어느 정도 ‘안전한 공간’처럼 느껴져요.

만약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 작업실을 쓴다면 비교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게 좋은 연료가 되거나 협업과 워크숍 같은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좋을 것 같아요.

작업실을 함께 쓰면서 가장 크게 도움이 됐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예강
저는 사람들을 편하게 부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작업실 한번 올래?”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제가 정말 좋아하던 일러스트레이터와 연락이 닿아서 작업실로 초대한 적도 있는데, 카페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편하게 작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나중에 워크숍을 해보자고 제안할 수도 있었고요. 꼭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프로필 사진이 필요하면 바로 찍어주고, 프로토타입이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같이 만들어보기도 하더라구요.

연재
저도 비슷해요. 주변에 예술이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누군가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을 때 “작업실에서 작업 얘기해요”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집으로 초대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적고요.

그리고 저는 원래 다른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 때 같이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각자 다른 걸 하고 있어도 주변에서 누군가 집중하고 있으면 저도 훨씬 잘하게 돼요. 혼자 있으면 금방 늘어지는데, 작업실에서는 그런 점에서 집중력이 확실히 높아지는 것 같아요.

전 1학년 때는 드로마픽을, 2학년 때는 아이레이를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상과 3D 작업을 많이 하게 됐죠. 와우영상제에서도 2022년, 2023년에 팀장을 맡으면서 3D를 집중적으로 다뤘고요.

그러다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사회와 연결된 문제나 도시, 건축 같은 주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리서치를 작업에 결합하게 됐고, 그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책이나 진 같은 편집물도 만들게 되면서 매체가 점점 확장됐어요. 저학년 때는 3D 작업물을 주로 했지만, 저는 실물 작업도 계속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작업실은 직접 만들고 실험해보기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물론 작업실에서 하는게 집중도도 더욱 올라가고, 10분더 앉아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죠.

작업실을 만든 뒤, 작업 방식이나 생활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예강
작업실을 구하며 부동산을 알아보고 계약서를 쓰고, 필요한 부분을 직접 고치면서 하나씩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다 보니 “내가 원하면 생각보다 많은 걸 직접 해볼 수 있구나”라는 감각이 생긴 것 같아요.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어요. 혹시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실리콘 공사를 직접했는데, 비가 오면 창문으로 물이 새지는 않을지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그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보면서 작업실을 꾸리는 경험 자체가 저한테는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아요.

연재
저도 비슷해요. 예전에는 뭔가를 시작하려면 그 전에 이것도 준비해야 하고, 또 그전에 저것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작업실을 구하면서 꼭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조금 빠듯하더라도 일단 해볼 수 있다는 태도가 생겼어요.

생활 면에서는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어요. 가끔 노트북도 작업실에 두고 다니는데, 항상 무거운 노트북을 메고 다니다가 가방 없이 다니면 정말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좋은 작업을 만드는 데 좋은 공간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예강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공간의 온도나 청결, 같이 쓰는 사람, 도구를 보관하는 방식 같은 데 예민한 사람이라면 더 그렇고요. 학교의 공용 작업실에서는 내 물건이 없어지거나, 공간 상태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공동 작업실은 적어도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연재
좋은 작업을 하려면 반드시 좋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불편한 공간에서도 좋은 작업은 충분히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좋은 공간이 있으면 작업을 시작하는 일이 훨씬 쉬워지는 것 같아요. 일단 그 공간에 가고 싶어지고, 자연스럽게 작업량도 늘어나니까요. 많이 만들다 보면 그중 좋은 작업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에게 공동 작업실을 추천하고 싶나요?

연재
느슨한 협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혼자서는 작업을 잘 시작하지 못하지만 하고 싶은 건 많은 사람, 말하자면 조금 게으르지만 욕심은 많은 사람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편이고요.

또 홍익시디 학생들 중에서는 특정 분야를 이미 확실하게 정한 사람보다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업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예강
저도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같이 있어야 작업이 잘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혼자 작업하다가 잘 안 풀리면 쉽게 지칠 수 있는데, 옆에 사람이 있으면 서로 물어보거나 의견을 들을 수 있잖아요. “이게 너무 투박한가?”, “무광이 나을까 유광이 나을까?” 같은 사소한 것도 바로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돼요.

공동 작업실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는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연재
전 1학년 때부터 작업실을 구하는 글을 보면 계속 관심을 가졌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바로 시작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같이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이 공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정도는 생각해본 뒤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예강
이미 운영 중인 작업실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저한테는 잘 맞는 사람들과 직접 공간을 만드는 경험이 더 좋았어요. 같이 있을 때 좋은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직접 공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새알은 두 분에게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어떤 의미인가요?

예강
저는 ‘둥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름도 새알이고요. 여기는 집도 아니고, 기계만 가득한 전문 작업실도 아니지만 여러 가지가 시작되는 곳이에요. 그래서 저한테는 내가 직접 만든 작은 둥지 같은 공간이에요.

연재
저한테는 숨통이 트이는 곳이에요. 누가 만들어놓은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든 공간이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출 필요도 없으니까요. 학교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압박을 느낄 때가 있는데, 작업실에 오면 그런 기준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한테는 굉장히 자유로운 공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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