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스크린실의 A to Z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6층에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재료 위에 프린팅을 시도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실(R625)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015년도에 설립된 실크스크린실은 학생들의 관심과 열정에 힘입어, 체계를 갖추고 개선을 거듭하며 조금씩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매 학기 열리는 실크스크린 세미나에 참석한 홍익시디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지만, 공용 실기실인 만큼 각별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홍익시디 소식지 9월호에서는 실크스크린의 매력부터 실기실 사용 시 주의 사항까지, 세미나에서 전부 다루지 못한 ‘실크스크린실의 A to Z’를 알아보고 학생들의 실크스크린실 사용을 장려하려고 합니다.

실크스크린 자세히 알아보기

실크스크린실은 실크스크린 작업을 할 수 있는 실기실로 실크스크린 작업을 위한 건조대, 사물함, 고정기, 프레스기, 감광기, 건조기, 세척기 및 에어컴프레셔가 있다. 실크스크린 인쇄에 필요한 틀을 제작하고 인쇄를 진행하는 작업실과 감광 작업을 하는 감광실로 분리되어 있다.

기타 특수실기실에 비해 실크스크린실의 장비들은 견고한 편이기 때문에 고장 나는 경우가 드물지만, 크고 작은 위험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학생들의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 중 감광실은 감광 중 암실을 유지하는 것을 유의해야 하며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계는 사용 후 반드시 전원을 꺼야 한다. 또한 감광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 용액은 특히 위험하기에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고 쏟아지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작업실의 테이블에 용액이나 잉크가 묻어 있으면 다음 사람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에 자신이 사용한 자리와 물품은 반드시 깨끗하게 닦고 정리해야 한다. 스퀴즈와 바트, 나이프 등의 공용물품은 사용 후 바로 씻어 말린 후 정리하며 사용한 감광액과 탈막액 등의 약품 용기 역시 깨끗하게 정리한 후 버린다. 개인 소모성 물품을 정리하지 않거나 빈 용기가 쌓이는 등의 상태 불량이 지속된다면 수업 및 정해진 시간 외에는 사용 불가인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실크스크린실을 이용해야 한다.

실크스크린실은 매 학기 초 진행되는 실크스크린실 세미나 교육을 받은 학생만 이용할 수 있다. 사용신청서와 사용자 현황 목록, 실기실 사용 신청서를 작성한 후 근로생이 실크스크린실을 개방해 주면 사용 가능하며 언제나 철야가 가능하다.

실크스크린의 매력

실크스크린 인쇄물을 실제로 보면 디지털 인쇄와는 또 다른 잉크의 질감과 색감, 분위기에 매료되곤 한다. 작업을 손으로 직접 하다 보면 조금씩 오차와 실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 빈틈마저도 작품에 흠이 아닌 개성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인쇄 방법이다. 디지털 인쇄는 재단한 듯 깔끔하고 선명한 색감이 특징이라면, 실크스크린은 디자이너와 작품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실크스크린 작업의 특수성은 감상자에게까지 잘 전달되어, ‘작품에 창작자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감상을 자아내기도 한다.

실크스크린 작업에 ‘정도’란 없다. 교내 한가람문구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수성 아크릴 잉크를 구매해 작품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브랜드마다 잉크의 질감이나 색감부터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까지 전부 다르고 개성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잉크와 소재를 조합해 보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실크스크린 작업이 처음이라면 공식 잉크 브랜드 혹은 소규모 국내 브랜드의 실크스크린 전용 잉크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크스크린 전용 잉크는 물과 기름의 배합이 아크릴 잉크와 달라 천천히 마르기 때문에 인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작업물을 기대한다면 모든 과정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뿐이다. 순간순간 느껴지는 손맛에 집중해 과정을 즐기는 자세를 갖춘다면 더욱 행복하고 즐거운 프린트 생활을 할 수 있고, 결과물도 나날이 발전하게 된다. 작업 과정이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 있고, 몸으로 겪으며 배운 지식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디자이너의 무기로 작용하게 된다.

앞으로의 실크스크린

홍익시디에 실크스크린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각디자인학과 졸업생 중에는 종종 졸업 전시를 마치고도 실크스크린실을 사용하면서 작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단기간 안에 실크스크린의 장인이 되어서 금/은박을 시도하거나 다양한 실험을 하며 멋진 작품들을 만들곤 한다.

실크스크린 작업을 통해 정확한 이미지를 인쇄하는 기계적인 작업을 넘어, 손으로 만들어내는 완벽하지 않은 과정을 포용하는 참된 디자이너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인간적인 빈틈은 실크스크린의 보물이다. 실크스크린에 있어서 완벽함을 생각할수록 실수가 잦지만, 그 실수의 과정을 통해 정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 과정마저 즐기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크스크린은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지털 과잉으로 아날로그, 레트로에 관심이 커진 시대에 실크스크린이 새로운 공기를 불어오고 있는데 특유의 질감과 색감의 분위기 그리고 시각물의 분위기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크스크린실 담당 교수인 크리스 로 교수는 실크스크린의 무한한 가능성과 즐거움이 널리 알려지면 언젠가 이를 위해 홍익시디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보였다. 실크스크린은 판화 기법이지만 시각 디자이너만의 감각을 사용하면 판화와는 다른 독특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자의 개성으로 미래를 비추는 홍익시디처럼, 실크스크린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R625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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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실크스크린실 사진 © 홍익시디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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