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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5명의 디자이너가 홍대 인근에 꾸린 공동 작업실을 소개합니다. 불규칙한 생활 패턴을 다잡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텅 빈 공간에 가구를 직접 들이고 사소한 생활 방식까지 세심하게 맞춰가며 자신들만의 작업공간을 완성했습니다. 외부 활동에서 만나 이제는 서로의 작업에 기분 좋은 자극을 주고받는 멤버들. 이들에게 이곳은 그저 일만 하는 공간을 넘어, 매일 새로운 영감이 오가고 다채로운 관계가 맺어지는 든든한 제2의 집입니다.

@zynzu.im

현재 몇 명이 함께 사용하고 있나요?

지금은 5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저희는 작업실에 시스템이 있어서 고정 멤버가 있고, 그 다음에 달수로 단기 멤버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어요. 현재는 저희가 고정 멤버 5명으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구성원들은 원래 어떤 관계였나요?

처음부터 친했던 사이인 시각디자인과 동기 친구들 4명이서 시작했고,  초반에는 스터디를 함께 하다가 작업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구성원들은 원래 어떤 관계였나요?

겹지인이라고 하는 게 가장 설명하기 간단한 관계일 것 같습니다. 제가 디자인 연합 활동을 했을 당시, 연합에서 알게 된 분과 처음으로 이런 작업실을 꾸리면 어떻겠냐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을 하게 되었고, 그분이 공모전이라든지, 다른 디자인 연합 같은 곳에서 연이 닿는 분들을 위주로 구하다 보니까 현재의 인원이 되었습니다.

구성원들의 성함과 학년은 어떻게 되나요?

모든 인원의 나이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재홍 님은 산업디자인과 졸업 전시를 준비하고 계시고, 저와 함께 관리자를 맡고 계시는 김태영 님은 현재 공간과 산업디자인을 다루는 ‘파운드 파운디드’라는 스튜디오에 재직 중이신 분이 계시고요. 이병준 님과 이강현 님도 산업디자인 관련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학교에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도, 별도의 공동작업실을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동작업실을 처음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네트워킹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학교 안이나 밖에서 작업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은 되게 많죠. 24시간 하는 카페도 있고요. 하지만 고학년이 되고 취업이 가까워지면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지다 보니, 시각디자인과 말고도 다른 디자인 분야 사람들과 대화하고 협업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오는 인사이트들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 네트워킹을 좀 더 고도화하고 싶어서, 정해진 인원만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도 있어요.

표면적으로는 그런 이유도 있는데, 사실 저는 작업할 때 누군가 뒤에서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근데 시각디자인과 라운지나 카페 같은 데서는 작업이 외부인한테 그대로 보이게 되잖아요. 저는 그게 싫어서 저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동시에 네트워킹도 필요하다 보니 그 대안이 작업실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루틴의 문제였어요. 저는 디자이너들이 생활이 너무 불규칙하다고 생각을 해서, 규칙적인 루틴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출근하듯이 오전에 나와서 하루 8시간은 고정적으로 디자인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쉬든가 추가 작업을 하든가, 이런 루틴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집에서 좀 멀리 있는 작업실을 쓰게 된 것도 있습니다.

작업실을 만들기 전에는 주로 어디에서 작업했고, 그 환경에서 가장 불편했던 점이나 한계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오히려 집에서만 작업을 해요. 밤샘도 잘 안 하는 편이라, 원래는 한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돌아가서 혼자 작업을 하는 스타일인데, 이 생활의 가장 큰 불편함은 제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보니 생활 패턴이 안 맞는 것에 있어요.

예를 들면, 제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이 더워서 거실에서 주무실 때가 있잖아요. 그런 날 저는 늦게까지 비대면 회의를 하거나 작업을 하거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게 가족 구성원한테 피해가 간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반대로 늦게까지 작업하고 나면 저는 쉴 만큼 쉬고 싶은데, 가족들은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거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활동을 하니까 그 소음에 제가 깨기도 하고요. 이렇게 생활 패턴이 서로 안 맞다 보니, 그럴 거면 아예 작업하는 공간이 따로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공간을 구하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에 작업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들어왔어요. 지금 눈에 보이는 시설은 전부 저희가 직접 들여온 것들이에요.

구성원마다 작업이 잘 되는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노란 조명에서 잘 되는 사람이 있고, 형광등 백색에서 잘 되는 사람이 있고. 그런데 작업실은 다 같이 쓰는 공간이다 보니 그걸 조율해야 하는데, 디자이너의 고질병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과정에서 일단 무드보드 레퍼런스부터 찾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학생 신분이다 보니 돈을 마음대로 쓸 수는 없잖아요. 내부를 전부 새 가구로 채울 수는 없으니까, 분위기를 정하고 나면 일단 거기에 맞는 가구를 당근에 검색해 보는 식이었어요. 이런 작업이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습니다. 그러면서 시각디자인과와 산업디자인과 사이의 시야 차이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보시면 저 말고는 다 산업디자인과인데, 산업디자인과 분들은 굉장히 미니멀하다는 인상이 있거든요.

소파 같은 것도, 저희가 부자는 아니지만 질이 좋은 걸 구하고 싶었어요. 단기 멤버나 다른 분들도 함께 쓰는 물건이니까요. 그러니까 무드, 금액대, 일정 이 세 가지를 맞춰서 가구를 구매해야 했는데, 저희에게 가장 큰 건 결국 금액대였어요. 공용비를 거뒀는데도 1인당 5~60만 원은 넘게 썼거든요. 그 부담이 크다 보니 사실상 무드가 가장 뒷전이 됐어요. 오히려 금액과 일정을 중고로 맞추다 보니, 처음 예상과는 좀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학교의 작업 공간과 이곳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원래 사람 많은 데서 작업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집중도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환경 조절도 큰 것 같고요. 예를 들어 저는 열이 많은 타입인데, 라운지나 카페에 가면 온도를 제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잖아요. 그게 결국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걸로 이어지더라고요.

또 작업만 하는 작업실이긴 하지만, 저는 수업도 하고 회의나 미팅도 좀 많은 편이에요. 그러면 녹음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어폰으로는 불가능한 상황도 있고 밤늦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건 불특정 다수가 있는 환경에서는 거의 못 한다 싶을 정도라서, 그동안은 집에서 진행했거든요. 그런데 작업실은 어느 정도 합의된 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그런 면에서 작업이나 전반적인 일의 효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개인 작업실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네트워킹도 네트워킹이지만, 제가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공간 디자인이나 산업 디자인 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시각 디자인 안에만 갇혀 있으면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가 더 많더라고요. 단순히 제품적인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수준이 아니라, 그분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보니 재미있는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3D 프린터를 쓰시는 분이 있으면 제가 개인적으로 부탁드려서 실제로 출력하는 과정을 옆에서 볼 수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경험의 다양성을 반강제적으로라도 넓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거기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작업실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너무 많았는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단 홍대 근처라는 지역성은 있으면서도 너무 시끄러우면 안 됐어요. 저희가 밤까지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원래는 레드로드 근처에 테라스도 있고 괜찮아 보이는 곳을 한번 찾아봤는데, 막상 가보니 주변 상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시끄럽게 노래를 틀고 춤추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건 좀 안 되겠다' 싶어서 그런 거리성과 주변 환경을 많이 고려했어요.

홍대다 보니, 그리고 저만 여자이긴 하지만 밤늦게 다니게 될 경우가 너무 위험하잖아요. 홍대는 으슥한 골목이 많아서 접근성도 신경 썼고, 저희는 이 공간을 좀 사무실 개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 인원을 7~8명으로 잡았을 때 적어도 12평 이상은 필요하겠다는, 그런 공간의 쾌적함도 고려 사항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작업할 인원을 구하는 게 저희는 생각보다 조건이 많이 까다로웠어요. 작업실을 거의 아지트처럼 생각한다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저희는 여기서 식사도 금지하고 있거든요,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요. 그러다 보니 그런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같이 쓰는 사람들의 성향, 이걸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아요.

학생의 입장에서 작업실 비용은 어느 정도 부담으로 느껴지나요?

이건 돈을 버느냐 안 버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수입이 좀 들쭉날쭉한 사람이다 보니 여기로 옮기고 나서 부담이 솔직히 많이 돼요. 학교 근처일수록 더 부담이 되는 게, 당연히 금액이 올라가거든요. 저희가 단기 멤버를 받는 이유도
사실 고정 멤버의 금액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예요.

여기로 쳤을 때, 관리비나 대출—저희는 보증금을 대출로 해서 이자를 내는 시스템으로 했거든요—이런 걸 다 합쳐서 1인당 적지 않은 금액이 매달 나가요. 거기에 디자인 툴 구독비 같은 것도 나가다 보니, 저는 지금 한 달에 나가는 고정 지출이 꽤 큰 편이에요.

솔직히 굉장히 부담스럽죠. 그런데 저처럼 원래 작업실을 많이 안 쓰던 사람들은 오히려 아까워서라도 작업실을 더 쓰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일을 좀 더 구하려고 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이 공간에는 어떤 규칙이 있고, 구성원들은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배치도를 보여주며) 이런 식으로 저희가 자리 배치도 사실 미리 정해놨어요. 나중에는 여기에 가벽이 세워질 예정인데, 정확히는 가벽이라기보다 수납장을 가벽처럼 활용할 것 같아요.

그리고 고정 멤버 같은 경우에는 금액이나 사용 안내 규칙 같은 것도 거의 정리가 돼 있는 편이에요. 게스트 초대도 예약 프로세스가 있고요. 지금은 아직 정식 예약 시스템 같은 건 없지만, 청소 담당을 정해놓는다든지 하는 생활 수칙들은 마련해 두고 있어요.

또 저희가 단기 멤버용으로 큰 테이블을 하나 둘 건데, 단기 멤버가 없을 때는 회의용 테이블로도 쓸 수 있게 할 계획이에요. 외부인이나 게스트를 초대할 때도 활용할 수 있고요. 아무래도 초반 비용은 초기 멤버들이 직접 부담해서 가구나 시설을 구매한 거라서, 나중에 1년 계약이 끝나고 누군가 나가게 됐을 때는 그 물건들을 팔아서 나온 돈을 다시 나누는 식으로, 시설과 자산 소유에 관한 부분도 저희끼리 좀 철저하게 정해놓은 편인 것 같아요.

공간을 함께 사용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배려는 무엇인가요?

요소는 일단 첫 번째로 온도 감각이에요. 이것도 좀 웃긴데, 누가 추위를 많이 타고 더위를 많이 타느냐가 생각보다 진짜 중요하더라고요. 그게 바로 작업 효율로 이어지거든요.

그리고 청각적 예민함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비대면 회의나 수업, 업무 미팅이 되게 많은 상황인데, 다른 분들 입장에서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그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이런 부분에 예민함이 있냐 없냐가 결국 같이 지속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르는 것 같아요.

청결도 마찬가지예요. 저희가 청소 담당을 정해놓긴 했지만, 사실 그냥 자기 담당만 하는 게 아니라 '쓰레기가 보이면 못 견딘다', '더러우면 그냥 닦는다' 이런 인식이 있어야 청결하게 유지가 되거든요. 보통 예민한 사람이 먼저 발견하고 먼저 치우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성향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모든 게 빡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융통성도 필요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예약 규칙 같은 걸 만들어 놨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 질문자 분들도 저희 입장에서는 외부인인 거잖아요. 원래는 금액을 받아야 하는 경우지만,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는 것도 필요한 거죠. 초대할 때 시간 제한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작업 방식이나 생활 습관의 차이로 갈등이 생긴 적이 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했나요?

지금은 아직 같이 작업을 하는 건 아니다 보니, 의견 충돌이라기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배치나 자리 관련한 부분들이 초반에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는 역광이 싫다"라든지, 저처럼 "작업이 남한테 보이는 환경이 싫다" 라든지, 그런 배치에 대한 의견들이요.

그리고 저는 학생 관리자를 맡고 있고, 이걸 도와주셨던 분은 직장인 관리자예요. 메인 관리자는 그분이고 저는 보조에 가까운 느낌인데, 그러다 보니 구성원 전체보다는 저희 둘이 상의할 일이 많아요. 그럴 때 단기 멤버에 대한 규칙이나
금액 선정 같은 부분에서 의견이 갈렸던 적이 있어요.

저는 단기 멤버는 고정 멤버처럼 본인만의 테이블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고정 멤버보다 조금 덜 받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단기 멤버니까 오히려 더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결론적으로는 비슷한 금액으로 받되, 그분들이 들어오시면 그 비용을 균등하게 나누거나, 관리자가 신경 쓰는 일이 많다 보니 그런 걸 감안해서 공동 자금으로 쓴다든지, 아니면 그만큼 고정 멤버의 월세가 좀 내려가는 식으로 조정하죠. 이런 식으로 의견 차이를 해결하고 있어요.

공동 작업실을 함께 이용하는 분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나요?

프로젝트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게, 디자인 프로젝트를 같이 한 건 아니에요. 다만 이전 작업실 멤버들은 LFD라는 디자인 연합의 운영진 멤버들이었어서, 전체적인 운영과 관련된 프로젝트라고 하면 맞다고 볼 수도 있는데, 실제로 작업을 함께 하진 않았어요.

대신 서로의 작업을 어느 정도 알고 지내다 보니, 피드백이 필요하면 바로바로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됐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이 자신의 작업에 영향을 준 경험이 있나요?

이걸 바꾸면 좋겠다 같은 직접적인 개입까지는 아니었어요. 다만 제가 작업하면서 고민을 얘기한다든지,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라고 물어본다든지, 혹은 시각디자인 전공이 아닌 사람들한테 이 작업이 이해가 되는지 물어봤을 때 고민이 해소되는 경우가 좀 있었어요.

또 브랜딩 작업을 하다 보면 결국 제품까지 나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실제로 제품 디자인 하는 분한테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물어볼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반대로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며 위축되거나 비교하게 된 적도 있나요?

이전 작업실은 반대로 시각디자인과 네 명에 산업디자인과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런데도 서로의 작업물을 실제로 볼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그런 걸 보여주는 분위기도 아니고, 나란히 가까이 앉아 있는데도 그래요. 오히려 누가 화면을 조금이라도 오래 들여다보는 것 같으면 바로 피그마 빈 화면을 열게 되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 분야가 눈으로 바로 베껴 갈 수 있는 분야다 보니까요. 그렇다고 조급함을 느끼는 건 아닌데, 대신 누가 저보다 오래 앉아서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정작 저는 쉬려고 유튜브나 보고 있으면 괜히 양심에 좀 찔리더라고요. 

일주일에 얼마나 자주 작업실에 오나요?

지금은 일주일에 3일에서 4일 정도 방문하는 것 같아요.

보통 작업실에 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요?

학교 수업이 있는 날에는, 저는 지하철을 타긴 하지만 밤 10시쯤에는 집에 가고 싶어서 수업 끝나고 와서 보통 6시에서 10시까지 있다 가요. 반대로 아무 일정 없는 주말에는 점심때쯤, 한 12시나 1시에 와서 괜찮으면 7시, 8시까지 있고요. 중간에 다른 약속이 있으면 잠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해요.

집중할 때는 두세 시간씩 끊어서 하고, 그 사이에 쉬거나 밥을 먹고 와요. 밥은 웬만하면 밖에서 먹는데, 삼각김밥이나 샐러드처럼 냄새 안 나는 건 작업실에서 먹고 포장만 버리고, 나머지는 밖에서 먹고 들어와요.

작업실을 만든 뒤 작업량이나 작업 시간이 달라졌나요?

다른 사람이 작업실에 있으면 그래도 눈치가 좀 더 보이긴 해요. 물론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 자체는 "서로 뭘 하든 신경 쓰지 말자"예요. 작업실에 와서 넷플릭스를 보든 왓챠를 보든 상관없다는 거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걸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자극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작업실에서 나누는 대화는 주로 작업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나요? 작업실에서 작업 외에 밥을 먹거나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른 일도 이루어지나요?

나중에는 사적인 얘기와 공적인 얘기가 반반 정도로 섞일 것 같긴 해요, 친해지면서요. 근데 이건 학생이냐 직장인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학생끼리는 사적인 얘기가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지금 작업실에 계신 분들은 제가 안 친해서라기보다는, 원래 알던 분들인데 지금은 다들 직장인이시다 보니 한자리에 모일 일이 많지 않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건 공간의 분위기가 진짜 큰 것 같아요. 저번 작업실은 원룸이었다 보니 오히려 사적인 얘기를 더 많이 하면서 친해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공적인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업실 전반의 운영이나 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게 되는 면이 있어요. 이것도 사무실 같은 공간 분위기가 주는 영향인 것 같아요.

각자 자신의 책상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물건 하나를 골라주신다면 무엇인가요? 그리고 작업실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여러 조건 중에 일단 창문은 꼭 있어야 해요. 냉장고는 사실 없어도 되긴 해요. 그런 건 복지의 개념이라, 저희가 편리하게 쓰려고 TV 같은 장비도 사는 거긴 한데, 필수는 아닌 느낌이랄까요.

이건 좀 애매하긴 한데, 공간의 성격을 정하는 물건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라운지 테이블이나 소파 같은 거요. 저희는 여기까지는 단기 멤버를 위한 작업 공간이고, 그 뒤쪽은 나중에 라운지처럼, 편하게 작업하다가 앉아서 창문 보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건데, 그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사적인 관계를 쌓는 것, 유대감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모니터 앞에 앉아 있으면 뭘 얘기하려 해도 그냥 육성으로 공지하듯 말해야 하잖아요. 그것보다는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는 소파나 라운지 테이블 같은 공간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하다가 쉬고 싶을 때도, 책상에 그대로 앉아서 쉬는 것보다는 그런 공간에서 쉬는 게 낫고요.

공동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는 분들과 공동으로 구매하거나 사용하고 계신 물건이나 프로그램이 있으실까요?

눈에 보이는 가전제품들은 다 공용으로 구매했어요. 책상은 각자 돈을 냈지만, 고를 때는 오히려 같이 시간을 많이 들였던 것 같아요. 혼자서 쾌적하게 작업할 수 있는 사이즈인지, 작업 도구는 어떻게 놓을 건지, 전선 연결은 어떻게 할 건지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야 하다 보니, 최대한 여유 있게 쓸 수 있도록 넓은 걸 골랐어요.

그리고 저는 물이나 과자 같은 걸 작업하면서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건 다 같이 돈을 걷어서 사기보다는 본인이 먹고 싶어서 사 오면 자연스럽게 나눠 먹게 되는 느낌이에요.

지금보다 규모를 키우거나 다른 형태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지금 공동작업실을 함께 쓰는 사람들과 계속 일을 이어가거나,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스튜디오처럼 함께 키워가고 싶은 생각이 있으실까요?)

네. 저희는 처음엔 이것보다 더 큰 공간을 생각했었어요. 사실 단기 멤버라는 구조 자체가 좀 특이한 형태잖아요. 이걸 왜 만들었냐면, 나중에 공간을 분리해서 더 큰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되면 장기 멤버를 위한 공간과 라운지, 회의용 테이블 공간을 따로 두고 싶었거든요. 그러면 저희가 직접 회의를 할 때도 쓰고, 공간 대여 서비스로 예약을 받아서 하나의 수익 구조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여기서 개별적으로 AI나 AX 관련 공부를 하시는 분도 계시니까, 그걸 계기로 스터디나 워크숍을 여는 식으로 확장할 생각도 있고요. 지금은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들여오는 단계지만요.

작업실이 생기기 전과 지금, 자신의 작업 방식이나 생활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확실히 조금은 더 규칙적이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아직 초반 단계라 본능이 좀 더 이기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나오면 집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억지로라도 하게 돼요. 사실 디자이너는 맥북 켜기가 힘든 거지, 켜고 나면 또 하게 되잖아요.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작업을 만드는 데 좋은 작업 환경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좋은 환경이 거의 90%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작업은 결국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기획에서 나오는데, 그 뇌의 메커니즘이라는 게 생각보다 주변 환경, 그러니까 조명, 빛, 온도, 그리고 청각적인 감각 같은 것들에서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학년이 되면 다들 본인만의 작업이 잘 되는 스팟이나 환경을 어느 정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작업하기도 싫고 그냥 눕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침대가 바로 옆에 없도록 일부러 배치를 하기도 하고요.
이전 작업실에서 작업할 때도 그런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본인에게 이 작업실은 단순히 ‘작업하는 장소’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어떻게 보면 인격체를 부여한다면 감시자 같은 느낌일 것 같기도 하고요. 단기 멤버가 들어오시거나 회의를 하게 될 때는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무도회장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일단 1년 계약을 목표로 보고 있는데, 졸업할 때까지 계속 쓰게 될 걸 생각하면 사실상 제2의 집이 아닐까. 이렇게 세 가지 정도의 생각이 드네요.

다른 시각디자인과 학생에게 공동작업실을 추천하고 싶나요? 그렇다면 어떤 학생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어느 정도 체계와 규칙을 좋아하는 학생이 왔으면 좋겠어요. 여러 명이 같이 쓰는 공간이다 보니, 그런 최소한의 규칙이 없으면 결국 파탄이 나거든요. 반대로 작업적으로 폐쇄성이 강한 사람은 시도는 해보더라도 잘 안 맞을 거예요. 계속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그건 결국 본인도 힘들고 같이 쓰는 사람들도 힘든 일이 되죠.

오히려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학생들, 예를 들면 시각디자인과지만 코딩에도 관심 있고 제품 디자인이나 3D 프린터에도 흥미가 있는 사람일수록 작업실의 효과를 많이 볼 것 같아요. 혹은 같은 분야를 하더라도, 작업 환경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작업 효율이 좌우되는 타입이라면 이런 공간이 잘 맞을 거예요.

공동 작업실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만약 멤버를 먼저 구하고 공간을 구하게 된다면, 그 멤버들이랑 충분히 많이 얘기를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생활 패턴부터 작업 환경, 사소한 청결에 대한 인식까지 미리 맞춰봐야, 나중에 삐걱거리는 일이 없거나 있어도 맞춰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집이 정말 멀거나, 학교에서 계속 밤샘 작업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사실 크게 추천하진 않아요.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가거든요, 특히 학생 입장에서 홍대 근처를 생각하신다면요. 제가 아는 친구만 해도 큰길 쪽 오피스텔에서 공동 작업실을 쓰는 걸 봤는데, 거기는 120만 원부터 시작해요. 12평 정도의 공간을 5~6명이 쾌적하게 쓰려면 사실상 그 정도는 돼야 하고, 그러면 1인당 20~30만 원은 그냥 나갈 수 있어요. 그런 부분을 잘 고려해야 해요.

예를 들어 작업실에 가지 않는 날의 교통비, 작업실에 다님으로써 얻는 작업 효율, 공용 가구 같은 자잘한 비용, 그리고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비대면 작업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계산해 봐야 해요. 그래야 매달 나가는 20~30만 원이 아깝지 않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업실을 구할 때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 봐야 해요.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온다면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나요?

(단기 멤버라고 했을 때) 고정 멤버한테 바라는 것과 비슷하긴 한데, 아무래도 단기 멤버시다 보니 주인 의식까지는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본인이 사용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청결 같은 부분은 스스로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물론 저희가 청소 방법을 따로 메모로 붙여놓거나 하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최소한의 그런 부분들이 필요한 게, 저희가 단기 멤버분들의 안전이나 짐 보관을 위해서 CCTV도 설치해 놓은 상태거든요. 그런 것들도 다 그분들을 위해서 마련해 놓은 장치이기 때문에, 이 공간을 그냥 단순한 공간 대여로만 생각하지 않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제가 처음에 원했던 것과 똑같이, 같이 얘기도 하고 네트워킹도 하고, 서로의 작업이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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