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시디 소식지는 이번 6월호 특집에서 홍익시디 재학생 및 동문에게 제보받은 11개의 작업물과 그 안에 담긴 사연을 소개합니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과제물, 애정이 담긴 과제물, 혹은 자랑하고 싶은 과제물 등 학번을 넘나든 다양한 분야의 과제물을 살펴봅니다.
2024년 작업
글을 영상으로 해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애니메이션 〈물방울 놔〉는 불교 경전인 《화엄경》을 기반으로, 우리가 모두 구속된 채 얽매이지 않고 물처럼 자유롭게 변화하는 일상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자몽이’는 자유로움을 쫓는 자(自)와 그 다리를 잇는 중간자 몽(夢)과도 같습니다. 다들 팀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서툴기도 하고 삐그덕거리기도 했지만, 서로 도와가며 열정적으로 제작했고 그만큼 유익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학부 시절 동안 4학년 학생들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협동 애니메이션으로 의미가 남다른 과제물입니다.
2023년 작업
1757년 존 바스커빌에 의해 창조된 글꼴, 〈바스커빌〉에 대한 글꼴보기집입니다. 바스커빌의 역사와 특징을 심도 있게 고찰하며, 활자의 용어와 구조를 상세히 알아봅니다. 이를 토대로 활자를 해부하는 실습으로 바스커빌의 독특한 특징과 미적 매력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바스커빌의 미학적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명료하게 정리한 이 책은 서체에 관심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유익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본 프로젝트는 한 권의 책과 부록으로 구성되었으며, 모든 제작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023년 작업
〈이상입니다〉는 낯을 가리는 ‘이상’이 ‘동림’과의 첫 만남에서 사용하려고 만든 명함책입니다. 만남에서 차마 입은 안 떨어지고 다방의 각설탕만 만지작거리게 될 게 뻔한 상황에서, 동림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이상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등 할 말을 미리 적어 동림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동림은 책을 좋아한다고 하니, 자기소개와 함께 나름 잘 쓴 것 같은 소설 『날개』도 여기 첨부하고요. 명함 책 뒤쪽에는 직접 쓴 시 한 편과 전화를 달라는 암호도 넣었는데, 과연 동림에게 전해졌으려나요.
2023년 작업
‘죽고싶은거리’는 홍대 일대에서 일상(대학생, 주민, 회사원)과 비일상(관광객)들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공간을 정의한 단어입니다. 작업할 때 홍대 친구들을 인터뷰해 보니 다들 비슷비슷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교회 전도사 아저씨께서 흥미롭게 생긴 리플렛을 나눠주실 때 빨리 지나가기에 바빴는데, 작업할 때는 ‘자료다!!!’하고 기뻐하면서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에 성가셨던 홍대 거리였지만 작업 주제가 되니 모든 것이 다 흥미로워 보여서 과제를 하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2023년 작업
주어진 장소를 거닐고 포착한 것들을 소재로 간략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제의 일환으로, 2시간 여의 산책은 산만하지만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즐거운 대화를 남겼습니다. 이 작은 진(Zine)은 북촌과 서촌을 걸으면서 두 사람이 본 풍경과 나눈 대화의 기록으로, 산책의 종착지였던 옥인동 더북소사이어티에서 구매한 키트의 구성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관습적인 디자인 툴을 사용하기보다는 각자의 손글씨와 촬영한 사진들, 저화질의 캡처 이미지 등을 즉각적으로 활용하여 빠르게 작업하며 산책 과정에서의 심상을 있는 그대로 담고자 했습니다.
2024년 작업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재정비’는 2017년 한 해 동안 15명의 학생과 교수진, 조교들이 함께 학과의 상징체계와 공간을 새롭게 정비한 프로젝트입니다. 작게는 열쇠고리를 만드는 것부터, 크게는 600평의 공간을 노란색으로 칠하기까지 일 년간의 재정비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본 기록집은 일 년 간의 재정비 여정을 담아낸 기록집으로,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이야기가 낱낱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이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2023년 작업
〈CROSSOVER〉는 음악가 포터 로빈슨(Porter Robinson)과 마데온(Madeon)이 단 한 번의 크로스오버로 교차하는 행보를 담은 책입니다. 책 표지는 전부 녹박 인쇄로, 빛을 받으면 녹색 빛깔을 띱니다. 본인이 덕질할 수 있는 콘텐츠를 모아 책을 만드는 과제였는데, 피지컬워크숍(1)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을 만들어 봤네요. 리서치 단계에서 책에 넣을 자료가 계속 쌓이던 기억이 납니다. 페이지 수가 곧 책이 담고 있는 최애 뮤지션들에 대한 제 애정인 것 같습니다.
2024년 작업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와 무작위로 짝이 맺어져, 무작위로 정해진 장소에 산책하러 가서 무엇이든 만들어오는 과제였습니다. ENFJ와 INFP, 환상의 조합답게 금방 친해져 즐거운 산책을 했어요. 인왕산을 가야 했는데 둘 다 길치라, 처음엔 인왕산이 아니라 옆에 있는 배화여고를 등산했습니다. 언덕 끝에 있는 급식실까지 간 다음에야 학교임을 깨닫고 돌아왔다는 비화가 있답니다. 저희의 즐거웠던 인왕산 산책 기록은 겹겹이 쌓인 레이어로 표현된 실물 포스터로 삼사기실 앞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2020년 작업
‘Dongnae’는 개인화되어 고향에 준하는 주거지역을 의미합니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머문 시간이 긴 만큼 고향의 역할을 했던 동네를 떠나며 기록할 만한 형태로 남겼습니다. 흐려진 기억 속 동네를 충실히 재현하여 제가 이곳을 기억하는 방식을 제시했고, 동시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풍화되는 동네의 면면을 기록했습니다. 고도로 개인화된 장소를 들여다보는 행위는 낯선 곳에 대한 흥미 이상으로 내 것처럼 느껴지는 동네의 질감을 체험할 수 있는 창구가 됩니다.
2022년 작업
〈Still life with a Vase〉는 사회문화적디자인스튜디오(3) 수업에서 진행한 ‘스토리텔러’ 프로젝트로, 오브제를 선정하여 사물이 가진 본래의 기능과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부여하고 시각화 한 과제입니다. 꽃병을 꽃을 담는 그릇이 아닌 꽃의 죽음을 추모하는 장례 도구로 정의했고, 바니타스 정물화의 형식을 빌려 꽃병의 새로운 의미를 설명합니다. 곧 시들어버리는 꽃다발보다는 화분에서 자라나는 꽃을 좋아하는 제가 이 두 꽃을 담는 꽃병과 화분의 차이점에 대해 고민하며 시작한 작업입니다.
2024년 작업
어머니께 드릴 꽃다발을 직접 만들기 위해 집 주변을 둘러보다, 신기한 문을 발견하고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는 소녀 이야기의 한 장면입니다. 원래는 위 작업처럼 세밀화로 전체를 진행하려 했으나, 여러 컷을 그리기에는 정성이 많이 필요해 콜라주 작업으로 바꾸어 제출했습니다. 이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지인이 제게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 하여 미술 과외를 해주게 되었습니다.